2023 Recap

2023 Recap
Ronda, Spain

나에게 2023년은 기반을 다지며 준비한 해였다. 

항상 그렇듯 연말 회고를 할 때에는 많은 것들이 아쉽다. 작년에는 도전과 변화가 많은 한 해였다면, 올해는 지난 해에 비해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했고, 실행보다는 생각이 더 많은 한 해여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돌아보니 상반기에는 휴식과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고, 하반기에는 커리어적으로 밀도 있게 살았던 것 같다.

프로토콜 캠프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해시드와 드림플러스가 주관하는 Web3 빌더 프로그램인 프로토콜캠프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운이 좋게도 팀 1위를 수상했고, 개인으로 베스트 트위터 크리에이터 상을 수상했다. 3개월 동안 밀도 있게 간접적으로 창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 

  • 팀원 : 프로토콜 캠프에서는 처음 보는 분들 중 함께할 사람을 찾아 팀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하는 팀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나와 맞는 팀원을 알아보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 소통 능력 : 나의 소통 방법의 장단점을 알게 되었고, 협업할 때 실력만큼이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의견이 다르거나 소통 방법이 다른 팀원이 있으면 어떻게 설득하고 맞춰나갈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실행을 했다. 또한 아이디어, 계획, 리서치 자료, 회의록 등을 모두 관리해 팀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독성 좋은 협업 공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 리서치 : 블록체인 프로덕트의 UX 관점에서의 리서치, 그리고 게임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하며 게임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확장할 수 있었다. Web3 게임 뿐만 아니라 Web2게임도 함께 살펴보며, 사람들이 재미 있어하는 "재미 포인트"가 무엇이고 왜 재미를 느끼는지 분석해볼 수 있었다.
  • IR : IR덱을 준비하면서 현재 시장 파악과 왜 지금 이 프로덕트를 출시해야 하는지, 경쟁사 비교, 우리 프로덕트를 한 줄로 설명하기 등 창업자의 관점에서 많이 고민하고 다듬어 보았다. 이렇게 준비한 IR덱을 실제 심사역분들 앞에서 피칭하면서 피드백을 받고, 어떻게 우리 프로덕트를 원하는 모습으로 다듬고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2023년을 맞이할 때에는 새해가 다가온지도 모르고 최종 피칭에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고, Web3에서 이런 값진 몰입의 기회를 준 Protocol Camp 운영진 그리고 3기 멤버 모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시작과 끝

시작 : Astar Foundation

올해 상반기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나의 다음 커리어였다. 한동안 휴직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이 다가오면서 나의 다음 단계는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었다. 

이전에 일했던 곳들은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대표를 보고 팀을 선택했고,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성장에 직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재미있게 일했다. 하지만 반대로 체계가 없이 일하고, 회사에 시니어/사수처럼 물어볼 사람이 없어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서 항상 불안했다. 새로운 시작에서는 (1) 원하는 도메인이 아니고 책임감은 적지만 확실한 시스템과 사수가 있는 대기업/Web2 기업에서 기본 일머리를 배울 것인가, 아니면 (2) 사수와 시스템이 대기업만큼은 탄탄하진 않지만 자율성과 책임감이 높은 일을 할 수 있는 Web3 회사에서 근무할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답이 나오는 질문이 아니었다. 결국 선택이 정답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 곧 정답이었다.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직접 채워나가면 된다. 체계가 없으면 만들면 되고, 상사가 없으면 외부에서 찾거나 스스로 상사가 되어 피드백을 주면 된다.

우연한 계기로 팀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블록체인 재단인 Astar Foundation에 입사하게 되었다. 글로벌 회사, 원격 근무로 인한 시공간 자유, 멋지고 열정적인 대표와 팀원, 일본 시장 1위, 팀 문화까지 모두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팀에서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만 현재 회사에 매우 만족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팀에게 빠져드는 중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사인만큼 더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입사한지 2개월 조금 넘었는데 그 동안 출장, 외국 C레벨들과의 오프라인 만남 및 국내 행사, 업비트 원화상장까지 팀과 함께 값진 경험을 했다. 동시에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24에는 더 재미있고 다양한 일을 하고, 팀 내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뾰족한 역할을 가진 대체 불가한 팀원이 되고 싶다.

끝 : 학부 졸업

큰 변수가 없다면 7년만에 내년 2월에 학부를 졸업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적 다른 학교 생활을 했고 추억은 많이 없지만 후회는 없다. 돌이켜 보면 학교는 나에게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게 지켜준 울타리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은 특권이라는 것을 느꼈다. 학생이니까 잘 못해도 괜찮고,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

입학부터 하루 빨리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졸업이 다가오니 아쉽고 시원섭섭하고 감사한게 많았다. 이제는 울타리 밖으로 나올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앞으로 더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Community

올해에는 작년만큼 여러군데에서 활발하게는 아니었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Ethcon Korea

올해 9/1 ~ 9/3에 열린 Ethereum Foundation의 공식 후원을 받은 해커톤 & 컨퍼런스 Ethcon Korea의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나는 스폰서십 리드로 해커톤 바운티, 연사, 부스 및 행사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유치하고 브랜딩을 맡았다.

3년만에 해커톤과 컨퍼런스를 동시에 진행하는 이벤트인만큼 무에서 부터 함께 준비했다. 덱을 만들고 Ethcon와 핏이 맞는 팀들을 약 100개 이상을 리스팅해 약 300명 이상에게 콜드메일로 컨택했다. 각 프로토콜들의 공식 문서와 소셜 미디어를 리서치해 최근 집중하는 활동과 니즈 파악, 미팅을 통해 Ethcon 참여 및 스폰서를 유도, 딜 클로징과 후속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더리움 이벤트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분들과 즐겁게 일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Web3 생태계에서 BD로서의 역량을 기르고 확인 할 수 있었으며, 다음 커리어에 대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스폰서십 담당자가 혼자라 막막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운영진과 크루, 특히 올해 운영위원장인 재원 언니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함께한 운영진/크루/스폰서사 관계자분들과 소통하며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 내년의 Ethcon도 기대된다!

Korea Blockchain Week

Ethcon의 스폰서사 중 Consensys팀과 친해져, KBW 기간 Consensys가 주관하는 APAC 첫 Builder Nights의 준비를 도왔다. 처음에는 장소 대관이나 포스터 제작 등 오퍼레이션을 도와주다가, 행사 당일에는 오프닝 세션을 진행했다. 내년 컨퍼런스에서는 패널 토크 참여를 해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많이 공부하고 성장해야겠다.

Ethcon과 KBW를 통해 Consensys 팀원들을 비롯해 Polygon, Taiko, DODO 및 다양한 글로벌 업계 사람들과 값진 인연을 만들었다. 아직도 자주 연락하고 있고, 조만간 협업도 하고 내년에 또 다른 컨퍼런스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여담으로, KBW 한 프라이빗 이벤트에서 TRON의 Justin Sun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텔레그램 핸들을 건네준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참고로 KBW 한달 전에 Azuki Elemental을 구매했는데 PFP로 잘 사용한 것 같아 뿌듯했다.

발표

Google Developer Student Clubs (이하 GDSC)에서 연사로 2번의 발표를 했다. 이전에는 AI 관련한 다양한 발표를 했다면, 올해에는 Web3 커리어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커리어 전환에 대해 고민이 많은 개발자 후배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과거의 내'가 원했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주제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발표를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더 많은 도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휴식

프로토콜캠프가 끝나고 번아웃이 왔다. 지금까지 했던 경력을 레버리지해서 얼른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몸이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고, 정체된 스스로를 보면서 조급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으면 새로운 곳으로 가더라도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반대로 준비가 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오고, 생각보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걸 알았다. 그래서 복학하며 사람들과 만남은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

요가 2일차 요린이

작년에 NFT 민팅을 준비하면서 허리디스크가 재발했고, 프로토콜 캠프가 끝나갈 때 무리해서 목과 허리 통증이 악화되었다. 몸이 좋지 않으니 마음도 쳐지고 부정적이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수영, 요가, 헬스를 번갈아 가며 주 5일 이상 운동을 했다. 주로 아침에 운동 시간을 잡아 반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삶을 살게 되었고,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니 기분 좋게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독서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카페에서 독서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과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글도 읽어보고,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갈증을 느낀 금융과 관련된 책도 읽으면서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자기계발서도 읽어보고 동기부여 서적들도 읽어보았다. 평소에 잘 몰랐던 전혀 다른 분야의 책도 읽어보고 심리학 관련 책, 수필, 소설, 만화책도 읽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홀로 독서를 했다면, 하반기부터는 BZCF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평소에 읽지 않는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경영자 위주의 책을 읽으면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모임을 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시야로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매 달 일요일 오후에 멋진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삶에서 독서가 필요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독서 모임이다.

내면 집중

1분기 때 사람들을 만나면서, 취미가 무엇인지도 대답을 못하는 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때부터 삶의 목표가 조금 더 뚜렷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 '삶의 가치의 우선순위는?' 등의 기본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의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아직도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점점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려먼 사회의 기준에 나를 맞춰야했다. 물론 맞출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 '나'라는 존재가 없을 것 같았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해도 나만의 특색이 있고 팬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좋아하고 불편해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처받는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 보다, 내 마음대로 하는게 좋다.

운동과 더불어 새벽 기상, 하루 30분 이상 독서, 일간 회고등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면서 조금씩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 변명이지만, 입사 후에는 시간이 부족해 유지했던 루틴들을 지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 균형 있는 삶을 보낼 예정이다. 앞으로도 루틴을 지키고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경험 확장

올해에는 코로나가 완화되고 개인 휴식 시간이 많아 다양하게 새로운 경험을 헸다. 해리 스타일스, 부르노 마스, 찰리 푸스 내한 콘서트를 다녀오고 다양한 전시를 보면서 예술적인 경험을 확장했다. 영종도, 제주도, 일본 오사카, 스페인 바르셀로나/세비야/론다/그라나다 등 국내 및 해외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시야가 확장되었다. (이 회고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작성했다. 오랫동안 꼭 가고 싶었던 나라에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

새로운 경험은 항상 설레고 시야 확장에 도움이 된다. 내년에는 full remote라는 팀의 장점을 활용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다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올해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 아쉬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많이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 내년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더 많이 둘러보고 관찰하면서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마치며

과분할 정도로 많이 받으면서 지낸 한 해이다.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에게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

필요 이상의 걱정이 올해 나의 실행에 가장 크게 발목을 잡았다. 당시에는 정말 심각하다 생각했던 문제들이, 돌아보면 왜 그렇게까지 두려워했으며 무엇을 무서워하면서 걱정했는지 참 의문이다. 내년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나를 믿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고 싶다.

나를 믿기 위해서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부끄럽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도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고, 그게 행동의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심지어 나와 방향성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는 경우도 많았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르다. 내년에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힘들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열심히 실행하는 자세로 살아갈 것이다. 걱정이 아닌 진짜 유의미한 고민을 하고, 대충 보는게 아닌 진짜 공부를 하자. 내년에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려 한다.

 2024년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더 이타적인 삶을 살고, 나를 좀 더 믿고 자신감 있게 더 많은걸 실행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지금처럼 끊임없이 나에 대해 탐구하고,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올해보다도 더 많이 성장한 모습으로 회고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두 목표했던 바를 이룬 행복한 2023년이 되었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