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Q3 Recap

20대 중반에는 그 당시 현재의 내 모습이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어떻게든 벗어나겠다는 “결핍”을 원동력으로 살아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10분 이상 길이의 영상을 보면 이전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을 못하고 3줄 이상의 글을 읽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닐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지푸리기 잡는 심정으로 나의 무모한 성격을 어린 나이를 레버리지 한 덕분에 감사한 분들도 많이 만났고 그렇게 운 좋게 좋은 기회들을 접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아직 어리니까, 이제 시작해봤으니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쌓아놓은 것들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것을 경험했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점점 결핍들이 채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점점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있고 결핍으로 인한 내면의 분노도 많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동시에 무언가를 향한 갈망이나 열정이  무뎌짐을 느낀다. 어릴 때에는 능동적으로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이기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에 열정 넘칠 때에 귀찮고 위험하고 실패해도 좋은 어려운 일을 도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의 기준에서 그렇게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걱정하던 편안함을 추구하는 나이대로 넘어왔나 새삼 나이가 지난 것도 체감하면서도, 더 안정적인 그때와는 또 다른 나의 현재 상태에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나이임을 느낀다. 어릴 때만큼 열정과 분노가 없어서 속상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월이 지나면서 축적되는 경험 데이터로 인해 나의 삶과 가치관이 변하기 때문에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또 다른 상태의 나임을 받아들이되 앞으로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2분기 후반부터 우울증 약을 끊었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많이 변화했다. 꾸준한 운동, 규칙적인 수면과 식습관으로 몸도 건강해졌다. 감사하게도 배울 점도 많고 배려심 많은 좋은 팀원들 덕분에 평소에 친구를 잘 안 사귀는 내가 싱가포르에서 친구도 사귀고 덕분에 정신적으로도 더 밝아지고 다시 스스로 일상생활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유를 찾은 동시에 회사에서의 매인 업무도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과정이 많아 전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영어도 더 늘고 투자업이다 보니 크립토의 본질 그리고 마켓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전보다 확장되었다. 어쩌면 내 20대 중에서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끼고 겸손해지게 되는 요즘이다. 주변에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무언가를 모르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혼자서 찾아보고 익혀서 마치 익숙한 척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서 아직도 “아 이렇게 말할걸”이라는 후회도 많이 한다. 아무튼, 사람이 변화하려면 주변 환경을 바꾸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체감하게 되었고 삶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워했던 마음이 신뢰와 ‘하면 되지’ 마인드로 다시 점점 채워지고 있다.

아직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쏟어져서 배우는 것도 아직도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아직도 쉽지 않고, 내가 아는 것을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좋아하고 감사한 사람들에게 배려하고 베푸는 것도 아직도 쉽지 않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나와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을 안하는 것도 쉽지 않다. 꾸준히 공부하고 일상생활의 루틴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언젠가 나보다 몇살 많은 친구가 “이제 어느정도 삶의 일부분들이 예측 가능하고 익숙하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아직도 그 말에 공감을 못한다. 아직 헤쳐나갈 것이 너무나도 많고 익숙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게 훨씬 많아서, 아직도 내 삶은 고민과 고통의 연속이고 5년 후에도 그럴 것 같다. 

나만 이런가, 다들 어느정도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고민이 이렇게 많고 남들이 능숙하게 하는 것들을 하나같이 어려워할까 라는 생각으로 내가 너무 부끄럽고 멍청한 것 같아서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도 표현을 안 하는 것 뿐이지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다. 그리고 내가 보는 잘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이미 고민과 깨짐을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금 능숙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은 것이다. 남들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간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연민에 빠지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 연민에 빠진다는 것은 나만 비련의 주인공같은 느낌으로 ‘왜 세상이 나만 억까하지’라고 느끼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다들 각자의 고통과 상처가 있고 그걸 각자의 고민과 노력으로 극복한 것이기 때문에 나 역시 익숙해지기 위해 경험하고 노력하면 된다.

올해 초까지는 “성공적인 삶”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 결핍과 분노가 원동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원동력으로 살아가고 싶다.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랑”이다. 결핍만큼 불같은 동기부여는 아니지만, 행복하고 지속적인 원동력이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계속 함께 하고 싶고 함께 같은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커리어적으로 더 잘하려고, 돈도 많이 벌어보려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나아가 더 많은 좋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그만큼 세상에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테크 업계에서의 커리어적으로 성공적인 여성 롤모델이 되어, 과거의 나같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구체적으로 올해에 일어난 일을 나열하자면, 2023년부터 다니던 회사를 올해 3월에 그만두고 5월에 AI와 로보틱스를 투자하는 투자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팀원들이 싱가포를 베이스여서 한달동안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면서 근무를 했고, 8월에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본사를 방문했고 또 처음으로 출장으로 미국 그것도 항상 가고 싶었던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새로운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우을증 약을 끊고 더 건강해짐을 넘어서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했다. 

항상 정기적으로 회고를 하다보면, 이전과 비슷한 것을 다짐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면서 부끄럽다. 정리하자면:

  • 개인의 브랜딩 및 네트워크를 을 더 키워야겠다.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하는 것의 교차점에서 꾸준히 컨텐츠화(내가 가진 지식과 생각을 정돈된 형태로 표현) 하자.
  •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한 만큼, 또 한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자. 배려하고, 감사한 분들은 꼭 챙기고 잘 표현하고, 당장의 개인 이익을 위해서 이기적인 행동과 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지양하고,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더 정돈된 언어로 대화하자.
  • 요즘들어 특히나 머릿속에 있는 내 생각을 정돈된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잘 모르더라도 내가 아는 선에서 명확하게 똑똑하고 지혜롭게, 말하거나 요청하기 어려운 것들도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하지 않게, 내 지식과 생각을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나) 꾸준하게 독서하고 글로 정리해보는 연습을 하고, 너무 AI에 의존적이지 말고 적절하게 스스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자.

나에게 끊임없이 사랑과 기회를 주고 동시에 개인적 성장을 위한 자극을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앞으로 남은 올해의 3개월은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