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를 배회하는 네트워킹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컨퍼런스를 배회하는 네트워킹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Illustration by Midjourney / Prompt by @subinium

이번 주, 미국에 있는 전 직장 동료에게 온 연락.

"예원님은 컨퍼런스나 네트워킹 파티에서 어떤걸 배우고 얻으시나요? 갔다오니 뭔가 남는게 별로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한 느낌이라 예원님의 노하우 받아서 담엔 더 잘하고 싶어요!"

아마 내가 여러 컨퍼런스와 네트워킹 파티에 가는 모습을 보고 여쭤보신 것 같다. (참고로 최근 1년동안 약 25개의 행사 및 밋업에 다녀왔다. KBW 등 큰 행사의 사이드 이벤트까지 포함하면 40개 남짓의 행사에 참여했다.)

나는 풀타임 업무, 학교, 학회가 있더라도 짬을 내서라도 관심 분야의 컨퍼런스나 네트워킹 파티에 참여한다. 개인적으로는 관심분야가 AI, Blockchain, 창업, 여성 IT인 등 다양한 주제로 참여하는 편이다. 체력적으로 고된 때도 있지만, 좋은 인연들과 좋은 인사이트 덕분에 즐겁게 찾아다니곤 한다. 심지어 커리어나 비즈니스에 도움 되는 일도 많다.

전 직장 동료의 연락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에 내 컨퍼런스/네트워킹 파티를 최대한 활용하는 여러 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물론 나도 초보이지만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컨퍼런스/네트워킹 팁 101

1. 행사 참여의 목표를 정하자.

사람마다 목적은 다양하다. 분야에 대한 동향을 알고 싶을 수도 있고, 도메인 전문가를 만나고 싶을 수 있고, 함께 하는 동료를 찾아나설 수도 있다. 나는 이전에는 취업 기회/마케팅/동기부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참여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목적으로 참석한다.

가기 전에  (지인 등 주변 정보 통해서) 참가자를 파악하여 꼭 인사하고 싶은 분을 염두하고, 최소한 그 분들은 만나는 목적을 가지고 가는 편이다. 행사 참가자는 참가자 뿐만 아니라 연사자, 호스트, 운영진 등도 살펴보는 게 팁이라면 하나의 팁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인물을 염두하지 않더라도 직종과 분야(예. 마케터, VC)를 생각하며 참여하기도 한다.

행사는 꼭 당일만이 행사가 아니다. 행사가 끝난 다음날에도 연락을 통해 그 중에서 따로 만날 수 있는 분은 커피챗을 요청한다. 행사에서는 보통 심도있는 대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커피챗을 통해서 궁금했던 점, 배우고 싶은 점, 함께 할 수 있는 것 등 에 대해 얘기하는 편이다.

"아하 역시 목표 설정이 중요하군요! 네트워킹 초보로서 많이 배우네요. 아무 생각 없이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갔다 오는 것 같아요."

우연히 대화한 분들이 더 오래가는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어 목표를 설정하되 자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면 가장 좋다!  

2.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그렇군요! 저는 영어도 못하고 사교도 못해서 힘드네요..예원님 나중에 미국 오시면 진짜 잘하실듯!"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 특히 말하기는 글로벌 단위의 컨퍼런스나 네트워킹 파티 때 빛을 발휘한다. 대부분 한국인은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조금만 영어가 유창하더라도 여러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번 더 연락하던가, 기억을 잘하던가, 등등...

나는 영어 회화에 자신이 있고, 나와 다른 사람과 대화를 선호해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상대방에서 고마움을 많이 표현해주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해외에서 누가 한국어로 먼저 말을 걸어주면 나 또한 감사함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꼭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할 필요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1) 컨퍼런스에 꼭 영어권 사용자만 오는 것은 아니며 (2) 단어만 말해도 의미가 대다수 통한다. 결국에는 자신감이다. 초/중학생 영어라도 괜찮다. 하면서 늘면 된다.

3.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서스럼 없이 먼저 다가가는 편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부분인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낯선 장소에서 대부분은 익숙한 사람과 붙어 다닌다. 만약 동행인이 소위 말하는 "인-싸" 또는 업계에서 스타이면, 주변으로 사람들이 오기에 비교적 편한 네트워킹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행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하다. 온전히 혼자 행사를 즐기는게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니, 혼자서도 다가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자.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과 자신감을 가질만한 이유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원모양으로 둘러싸여 있는 집단에 어떻게 참여할까?"
    💁‍♀️"저도 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대화에 참석하자. 생각보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 🤔"혼자 서성거리는 분에게 먼저 말걸면 불편해하지 않을까? "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자. ️보통은 먼저 말 걸기를 바라는 분들이다. 나는 언제나 환영이니 행사장에서 나를 본다면 꼭 인사해주면 좋겠다. 😉
  • 🤔"꼭 보고싶었던 분에게 먼저 인사하고 싶은데 만약 1:1이 부담된다면?"
    💁‍♀️여러명이 모여있을 때 인사드려보자. 그리고 그 분에게 질문 등을 통해 꾸준하게 대화를 나누며 단둘이 있을만한 상황을 만든다. (물론 서로 통성명 중에는 나서지 않기 등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은 필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미친 척하고 한 번만 "제가 ~때문에 꼭 뵙고 싶었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따로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라고 말씀드려보자.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분이다.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가 옆을 지나는데 그냥 지나칠 것인가? "밑져야 본전이다." 마인드로 대화해보자. 나의 경우에는 실제로 행사와 링크드인 등을 통해 대기업 대표님을 만나기도 했다.

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기에 자기 최면을 많이 거는 편이다. 혹시나 자기 최면에 힘을 얻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고 힘내보자.💪

4. 준비된 자가 기억에 남는다.

본인이 유명 인사라면 상대방이 쉽게 이름이나 특징을 기억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본인을 각인 시키고 싶다면 준비는 필수다.

첫 번째로 명함과 자기소개를 준비하자. 현장은 사람이 많아 정신 없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말하는게 좋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에 꼭 명함을 드려야지 그 사람도 기억에 남는다. 자기 소개는 소속도 좋지만, SNS에서 활동하는 닉네임도 좋고 관심 분야로 소개해도 좋다. 당장 소속이 없더라도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개인 명함을 제작해서 공유하는 분들도 계신다.

두 번째는 헤어지기 전에 SNS 계정을 공유하자. 명함을 주고 받았어도 SNS 계정 공유도 하면 좋다. SNS를 통해 행사 이후에도 온라인 활동을 통해서 상대방의 상황을 캐치업할 수 있다. 그리고 SNS로 잊을만하면 캐주얼하게 연락하면서 친밀도를 높일 수 있어 추후에 좀 더 편하게 연락할 수 있다. 블록체인 행사인 경우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텔레그램 QR로 빠르게 서로 계정을 공유하고, 같이 셀카를 찍어 바로 DM을 보내 서로 누구인지 얼굴을 기억할 수 있게 기록한다. 간단하게 이름과 소속도 함께 보내면 더욱 좋다. 처음에는 만난지 얼마 안 돼서 사진 찍는게 좀 어색하지만 하다보면 익숙하다. (추억도 남기고 일석이조!) 사진을 함께 찍으면 좀 더 가까운 느낌으로 연락하기에도 심리적 거리감이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이드 팁으로 QR 활용이 있다. 내가 있는 블록체인 분야는 텔레그램이나 트위터로 많이 소통하는데, 이 때 아예 행사 때 핸드폰 배경화면을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프로필 QR로 변경해서 빠르게 교환하면 좋다. 확실히 아이디 스펠링을 불러주거나 전화번호를 일일히 찍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명함이 너무 많이 남으니까 어떤 분들은 차별성을 두기 위해 QR 명함이나 NFC 명함으로 공유한다.

마지막은 나를 기억할만한 요소를 만들자. 정확히는 나를 한번이라도 더 만날 이유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 때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걸 극대화하면 좋다. 재치있는 입담, 특이한 커리어, SNS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하물며 그 당시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도 될 수 있다. 내 지인 중 한명은 해외 컨퍼런스를 가기 전에 핑크색 긴머리 가발을 한국에 준비해서 현장에서 가발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참고로 친구는 남자이다.). 가발의 효과가 먹힌건가, 후기를 들어보니 현장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친구를 "핑크 머리🎀"로 기억해서 한번씩 말을 걸었다고 한다.

5. 다만 과한 무리는 NO

항상 텐션이 100%인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참석할 때 네트워킹 페르소나를 장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 가족행사 등 여러 이유로 행사를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

사람들을 만나는 건 아무리 즐거워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 에너지가 방전되었을 때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면 된다. 네트워킹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언제든 올 수 있기 때문에 가지 못한 행사 하나하나에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네트워킹에 집착하지 말자.

마무리

(나도 주니어이나) 주니어는 본인의 성장과 당장의 업무를 최선을 다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컨퍼런스나 네트워킹은 이보다 후순위지만, 내 삶과 커리어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기회의 창이자, 환기의 공간이며, 시야 확장까지 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열정 가득한 멋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고받는 에너지를 느끼면 좋겠다.

컨퍼런스를 배회하는 네트워킹 초보자들, 모두 파이팅🔥

마지막으로 나를 컨퍼런스 및 네트워킹 행사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준 팀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